내 머리 속 메모리가 휘발휘발
나이를 먹을 수록 기억이 순식간에 휘발되는 것을 느낀다. 사실 그렇게 나이 들지도 않은 내가 이런 소릴하면, 엄마는, -넌 어린 애가 벌써부터 그러면 어쩌니? 할테다. 근데 사실 그 말이 듣기 좋아서 자꾸 그런다, ‘어린 애’. 이런 말 듣기 좋아지면 진짜 나이 든 거라던데, 젠장. 여튼, 좋은 영감님이 오셨다가도 어느 순간 휘리릭, 사라진다. 적어 놓지 않으면 날아가버리는데, 나름 또 직장인이랍시고, 그거 잠시 끄적일 시간이 없다. 아주 그럴 듯한 핑계. 더 좋은 소재나 멘트 일수록 휘발성이 강하다. 이건 뭐, 돌아서면 정신이 아득 해진다. 그 느낌이 너무 싫다. 마치 귀하게 얻은 무언가를 손에 넣자마자 잃어버린 느낌. 잃어버린 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킹왕짱 제일 좋은 거. 기분이 아..
2020. 9. 17.
<아몬드>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3, 4부 & 에필로그 필사
뒷심, 그게 살짝 부족한 느낌이라 아쉽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손원평 작가님도 그러했기에(물론,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 내 느낌일 뿐) 더 아쉽게 느껴졌다. 다소 판타지 같은 결말, 대신 찝찝한 느낌이 없어 그것만큼은 좋았다. 하지만 나는 맨 첫 장면, 육교 난간에 몸을 아슬아슬하게 기댄 채 차를 향해 침을 떨어뜨리는(뱉는다고 하기엔 아이가 너무 어렸다, 고작 여섯살) 그 때의 윤재가 좋았는 걸. 더 자세한 감상은 다음에, 나의 후기에서.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2부 필사 먼저 읽으러 가기 -> https://my-maedi-diary.tistory.com/m/8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2부 필사속도감은 여전, 새로운 등장인물 등장. 약간 다소 억지(?) 인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2020. 9. 16.
나는 내 아이를 위해 부모이기를 포기했다.
내 직업은 아이와 부모를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딱 적합하다. 아이든 부모든 나와 긴 시간을 마주하진 않지만, 어떻게든 대화를 나누게는 되는데, 내가 가르치는 선생님도 아닐 뿐더러, 나누는 대화가 대개 돈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니, 언뜻언뜻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내 직업이 아주 재미지다. 굳이 이 직업을 어떤 테두리 안에 넣자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나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은 내가 뛰어난 프로그래머이며, 꼼꼼한 회계사에, 감각있는 디자이너이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마케터이자, 친절한 상담사, 그리고 똑똑한 비서이길 바란다. 나는 그런 자리에 있다. 내 직업에 대해선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적어보려한다. 오늘은 내가 왜 부모가 되기를..
2020.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