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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39

금사빠와 설익은 복숭아 난 금사빠였다. 근데 좀 다른 의미의 금사빠.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류는 아니었다. (잘생긴 사람을 좋아라 하긴 했지만, 잘생겨도 나랑 안맞는 사람이면 좋아지지가 않더라.) 뭐라 그래야 하나, 자기 최면을 건다고 해야하나? 어떤 자그마한 계기가 생기면 그걸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는 애였다. 그 사람에 대해 자꾸 언급하다보면 어느새 상대 앞에서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눈에서 하트빔을 날리는 거지. 문젠 그 사람이 감정이 익어가는 속도가 나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럴수밖에. 내가 감정을 키운 건,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내 머리 속이었으니까. 그래서 내 사랑은 좀 힘든 편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랬다. 천천히 쉽게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뭐가 그리 급해.. 2020. 9. 18.
내 머리 속 메모리가 휘발휘발 나이를 먹을 수록 기억이 순식간에 휘발되는 것을 느낀다. 사실 그렇게 나이 들지도 않은 내가 이런 소릴하면, 엄마는, -넌 어린 애가 벌써부터 그러면 어쩌니? 할테다. 근데 사실 그 말이 듣기 좋아서 자꾸 그런다, ‘어린 애’. 이런 말 듣기 좋아지면 진짜 나이 든 거라던데, 젠장. 여튼, 좋은 영감님이 오셨다가도 어느 순간 휘리릭, 사라진다. 적어 놓지 않으면 날아가버리는데, 나름 또 직장인이랍시고, 그거 잠시 끄적일 시간이 없다. 아주 그럴 듯한 핑계. 더 좋은 소재나 멘트 일수록 휘발성이 강하다. 이건 뭐, 돌아서면 정신이 아득 해진다. 그 느낌이 너무 싫다. 마치 귀하게 얻은 무언가를 손에 넣자마자 잃어버린 느낌. 잃어버린 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킹왕짱 제일 좋은 거. 기분이 아.. 2020. 9. 17.
<아몬드>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3, 4부 & 에필로그 필사 뒷심, 그게 살짝 부족한 느낌이라 아쉽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손원평 작가님도 그러했기에(물론,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 내 느낌일 뿐) 더 아쉽게 느껴졌다. 다소 판타지 같은 결말, 대신 찝찝한 느낌이 없어 그것만큼은 좋았다. 하지만 나는 맨 첫 장면, 육교 난간에 몸을 아슬아슬하게 기댄 채 차를 향해 침을 떨어뜨리는(뱉는다고 하기엔 아이가 너무 어렸다, 고작 여섯살) 그 때의 윤재가 좋았는 걸. 더 자세한 감상은 다음에, 나의 후기에서.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2부 필사 먼저 읽으러 가기 -> https://my-maedi-diary.tistory.com/m/8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2부 필사속도감은 여전, 새로운 등장인물 등장. 약간 다소 억지(?) 인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2020. 9. 16.
Thank you, my villains. 지금 나와 함께 하는 내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에 늘 감사한다. 은근히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데, 요즘은 그런 의미에서 참 행복하다. 덕분에 마음이 늘 조용한 밤바다마냥 평화롭다. 그 바다에 가끔 태풍이 휘몰아칠 때도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주 날씨가 좋다, 대체로 맑음. 근데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스트레스도 풀 겸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 잔잔한 바다에 분노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나열해보기로 한다. 말 속에 뼈를 담아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법인데. 신기하게도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이게 그들은 습관이다, 모든 말과 행동.. 2020. 9. 15.
설마 아직도 학교에서 순결 캔디 나눠 줘? 초등학생 때 성교육 시간에 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얼토당토 않는 그런 걸 받았던 기억이 있다. 맛은 요구르트맛 캔디 같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찌되었든 아주 얼척이 없는 사탕이었다. 순결이라니, 세상에. 아무 것도 모르는 초등학생들을 앉혀놓고 했던 성교육이라는 게, 순결 캔디 배부 따위였다니. 심지어 초창기에는 남자, 여자를 따로 분리해서 성교육을 진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도대체 왜? 그게 왜 나눠서 할 일이지? 성, 섹스라는 건 두 사람이 함께 해야 가능한 부분 아니던가.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신체 변화와 마음의 변화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나라 성교육은 뿌리부터가 잘못되었다. 성이란 신성하고, 고결하며, 정말 평생을 약속한 부부끼리만 서로를 허락하는 사랑의 맹세와 같은 것이라.. 2020. 9. 14.
<아몬드>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2부 필사 속도감은 여전, 새로운 등장인물 등장. 약간 다소 억지(?) 인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알고 봤더니, 네가 걔였어? 이런 거...)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1부 필사 먼저 읽으러 가기 -> https://my-maedi-diary.tistory.com/m/6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1부 필사인더숲을 보고 있는데, 남준이랑 윤기가 책을 읽고 있었다. 근데 뭐지, 묘하게 표지가 익숙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네?’ 출간되었을 때 사놓고 여지껏 읽지 않았던 였다. *알렉시my-maedi-diary.tistory.com 2부72페이지 ~ 73페이지-방학이라 아르바이트하는구나.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죽었어요. 아주머니의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눈썹을 강하게 찌푸렸.. 2020. 9. 13.
나는 내 아이를 위해 부모이기를 포기했다. 내 직업은 아이와 부모를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딱 적합하다. 아이든 부모든 나와 긴 시간을 마주하진 않지만, 어떻게든 대화를 나누게는 되는데, 내가 가르치는 선생님도 아닐 뿐더러, 나누는 대화가 대개 돈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니, 언뜻언뜻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내 직업이 아주 재미지다. 굳이 이 직업을 어떤 테두리 안에 넣자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나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은 내가 뛰어난 프로그래머이며, 꼼꼼한 회계사에, 감각있는 디자이너이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마케터이자, 친절한 상담사, 그리고 똑똑한 비서이길 바란다. 나는 그런 자리에 있다. 내 직업에 대해선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적어보려한다. 오늘은 내가 왜 부모가 되기를.. 2020. 9. 12.
<아몬드> 손원평 지음, 창비 출판사 _ 1부 필사 인더숲을 보고 있는데, 남준이랑 윤기가 책을 읽고 있었다. 근데 뭐지, 묘하게 표지가 익숙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네?’ 출간되었을 때 사놓고 여지껏 읽지 않았던 였다.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은 1970년대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이다.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은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에는 감정 중에서도 특히 공포를 잘 느끼지 못한다. 다만 공포, 불안감 등과 관련된 편도체의 일부는 후천적인 훈련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1부20페이지~21페이지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문제는 심각해졌다. 어느 날 하굣길에 내 앞을 걷던 여자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걔가 엎어진.. 2020. 9. 11.
신과 함께 (종교와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것에 대하여) 어릴 적에, 우리집에는 부처의 일생을 그린 ‘석가모니’ 만화책과, 천지창조(아담과 이브)와 모세의 기적 그리고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 있었다. (그 중 제일을 꼽자면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응?) 외할머니는 지금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절에를 나가시는 불교신자, 친할머니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하시는 천주교신자,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무교다. 짠. 덕분에 부모님께서는 나와 내동생에게 종교에 대한 강요를 단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나 같은 재미난 이야기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게끔 넓게 펼쳐두었다. 스스로 접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했고, 때문에 우리가 특정 종교를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집에서는 전혀 문제되는 일이 아니었고, 이건 지금도 변함이 .. 2020.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