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설마 아직도 학교에서 순결 캔디 나눠 줘?

by 김매디 2020. 9. 14.
반응형

초등학생 때 성교육 시간에 <순결 캔디>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얼토당토 않는 그런 걸 받았던 기억이 있다. 맛은 요구르트맛 캔디 같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찌되었든 아주 얼척이 없는 사탕이었다. 순결이라니, 세상에. 아무 것도 모르는 초등학생들을 앉혀놓고 했던 성교육이라는 게, 순결 캔디 배부 따위였다니. 심지어 초창기에는 남자, 여자를 따로 분리해서 성교육을 진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도대체 왜? 그게 왜 나눠서 할 일이지? 성, 섹스라는 건 두 사람이 함께 해야 가능한 부분 아니던가.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신체 변화와 마음의 변화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용 실화? <순결한 학생상>, <미래의 이상가정>, <순결다짐용>이라는 멘트들은 또 뭐지? 다시 봐도 정말 충격적이다. 지금은 없어졌기를, 제발.


우리나라 성교육은 뿌리부터가 잘못되었다. 성이란 신성하고, 고결하며, 정말 평생을 약속한 부부끼리만 서로를 허락하는 사랑의 맹세와 같은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아, 물론 성은 아름답다.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부끄럽거나 더러워 숨겨야 할 것이 아니다. 내 말은, 그게 부부한테만 국한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란 거다. 게다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가 출산과 연결 되는 것이라고만 가르치는 게 문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출산을 위해 사랑을 나눠야 하니까. 그리고 아이를 갖고 양육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보면 아이를 갖기 위해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즉, 현실에서 하아아아안참 동떨어진 교육이라는 거다.

내가 성교육 시간에 배웠던 건,

첫 째, 생리대 사용 방법 (깨끗하게 버리는 방법도 배웠다)
둘 째, 남녀의 2차 성징에 따른 신체 변화와 남녀 신체 부위의 명칭 (초창기엔 남녀 분리해서 교육했었다)
셋 째, 정자와 난자의 만남부터 출산까지의 여정 (당연히 섹스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이렇게, 이게 전부다.

지금 어린 친구들의 성교육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현실에 가까운 성교육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아, 여기서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낙태 동영상을 보여주는 충격요법(?)을 쓰기까지 했는데,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금에 와서 보면 더더욱 뜨악할만한 교육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이 제 몸 하나 책임지지도 못할 시기에 본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거나, 혹은 낙태를 경험하는 건, 되도록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근데 그게 안된다는 걸 알려줄 때, <섹스는 무조건 결혼할 사람이랑만 하는거야! 그 전까지는 반드시 네 몸을 지켜야해! 자, 봐! 낙태는 저렇게 끔찍한거야! 다 자란 태아를 네 뱃속에서 갈기갈기 찢어서 하나씩 빼낸다고! 봤지?> 이렇게만 알려줘버리면, 한창 성에 대해 궁금하고, 혈기왕성할 시기에 ‘세상에, 너무 무서워!’ 라며 제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느냔 말이다. (당연히 그 잘못된 성교육을 곧이곧대로 무섭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 ‘나만 아니면 돼, 설마 우리가 임신하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 성교육(?)을 교실 밖 인터넷 야동으로 배운다. 그렇게 잘못된 섹스에 대한 환상을 키우다가, 나중에서야 실전에서 그게 아니라는 걸 몇 명만 겨우 깨닫는다. 나머지는 그 환상을 안은 채로 평생을 살겠지, 오마이갓.

더 재미난 건, 어린 나이에 야동을 보는 것에 대해서 암암리에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 방송에서도 심지어 연예인들이 그 시기엔 다들 그렇다며 썰을 풀기까지 한다. 근데 야동, 미성년자 관람 불가 아니던가? 진짜 웃기는 일이다. 야동은 (나도 종종 보는 사람으로써) 이 각박한(?) 세상에 필요한 콘텐츠(?)라고 생각은 하지만, 교실에선 순결 캔디를 나눠주고, 티비에선 어릴 때 다들 야한 거 보잖아요? 라고 말하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쩌라는 거지. 어쨌든 니들끼리 섹스 안했으니 되었다 이건가? 와우.

쓰다가 너무 열받아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맛있었던 곱창 사진을 스리슬쩍 넣어보았다. 후, 좀 살 것 같다. 사진 속 곱창은 합정역 7번 출구의 <구공탄 곱창>.


아이들이 야동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게끔 성교육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연애에 대해서도 공부나 해라, 가 아니라 진지하게 상담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더 자세히 쓰겠지만, 그 때의 연애가 앞으로 평생의 연애를 좌지우지 할 수 도 있는 중요한 포인트인데, 그걸 그냥 한여름 밤의 꿈 정도로만 치부해버리는 건 정말 큰 실수하는 거다. 솔직히 헌팅포차에서 몇 시간만에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성인들보다, 교실에서 매일 보는 사이에 정이 들고 들다가 애정으로 발전하는 게 더 사랑에 가깝지 않나? (물론 어떤 사랑이 더 무겁다, 가볍다를 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말이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데,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생들 중 그 누가 선택해서 학생이 되었지? 다들 그냥 의무교육이라 학생이 된 것 뿐이다. 근데 억지로 학생 시켜놓고, 이제 너네 학생이니까 공부만 해, 라고 하는 건 정말 앞뒤 안맞는 우기기다. 그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연애가 있고, 사랑이 있다. 떡볶이 하나 나눠먹으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런 귀여움이 있단 말이다. 차라리 학교에 학생회처럼 연애상담부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공식적으로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여튼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진짜 현실적인 성에 대한 교육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첫 째, 피임에는 어떤 방법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둘 째, 자위 기구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셋 째, 야동이 보여주는 잘못된 섹스는 어떤 것들이며,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지
넷 째, 생리와 관련된 모든 정보 (생리전증후군, 생리통, 배란혈, 배란일 계산, 생리 주기 등등)
다섯 째, 부득이하게 책임질 수 없는 임신을 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성욕이라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기본 욕구 중 하나라는 것을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그 기본 욕구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스스로가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다스린다는 건, 무작정 참는 게 아니라, 적절한 발산(이를테면 자위 혹은 쌍방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건강한 섹스)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되, 폭식하지 않아야 건강을 해치지 않고, 졸리면 잠을 자되, 적당한 수면을 취해야 다음날 피곤하지 않다는 걸 아는 것처럼, 성욕에 대해서도 그렇게 교육해야 한다. 잘 다스리면 정말 세상이 달라보이는 아름다운 것이니까.

요즘은 유튜브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성교육을 해주는 경우가 많던데, 제발 이게 공교육에서도 이뤄지고 있기를 바란다. 어디에서 피임기구를 살 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게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줘야 한다. 자위를 많이 하면 키가 안큰다 어쩌구 이런 얘기 할 게 아니라, 여자든 남자든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꼭 가르쳐줘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이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주,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야동을 보더라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게 말이다. 적어도 말도 안되는 환상은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조기교육은 영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절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알고 있어야, 성에 대해 건강한 지식들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뭐든 럽마셆(Love myself)이 진리인 법이다. 그래야 서로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아껴주는 마음도 생길테다.

너무 오늘, 격양된 어투로 글을 마구자비로 써내린 것 같아 좀 그렇지만, 그럴만한 주제였다고 생각하기에, 패스.

문득 신동엽 아저씨가 모 프로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밤에 못나가게 하면 뭘 해, 낮에도 다 할 수 있어.
그래, 어차피 그런 거다.

언젠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오늘도 이만, 통통통.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