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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39

불안이라는 나의 깊고 깊은 바다 에는 세 가지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불안不安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나는 그 중 첫 번째 사전적 의미인 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돌이켜보면 참 다양한 불안과 이 생(30대 중반을 달려가는)을 함께 했구나, 싶다. 그간 수많은 불안의 요인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까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건 와 관련된 불안이었다. 물론, 수행평가나 발표, 시험에 대한 불안이나, (내가 정말 끔찍이도 싫어했던, 지금도 싫어하는) 운동회나 수련회 에 대한 불안도 큰 몫을 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것만은 못했다. 사실 그런 소소한(?) 이벤트들은 어찌되었든 정해진 날짜에 맞춰 지나가게 되어있다. 모든 테스트에는 날짜가 있.. 2023. 4. 14.
야, 눈 감아봐, 그게 니 미래야 (+정뚝떨 직장) 아빠 차에 실려 엄마와 함께 나의 코딱지만한 자취방으로 돌아오던 길, 문득 불안감이 밀려왔다. 사서 걱정하는 인프제이기에, 나는 내 미래가 요즘 부쩍 걱정스럽다. 남자애들이 군댈 가면 선임들이 했던 장난이 있다며 알려준 적이 있었다. 선임들은 대뜸 그런 말을 한다고 한다, ‘야, 눈 감아봐’ 그래서 눈을 꾸욱 감으면 선임들은 낄낄 거리며, ‘그게 니 미래야, 새꺄’ 라고 한다는. 전역날이 까마득하다는 소리겠지마는, 지금의 내겐 그 말이 자꾸 와닿는다. 캄캄한 나의 미래? 랄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나의 것을 하기 전까지는 평생 직장이 될거라 믿었던 곳에서 이젠 더이상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순진했던 내가 너무 쉽게 그곳에 내 청춘을 던져보겠다고 생각.. 2021. 5. 7.
갑분 애교심 대학생 때 학교 안에 분식집이 하나 있었다. 다정다감한(?) 이름이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곳이었는데, 최근 동네서 그 이름과 똑같은 상호명을 가진 분식집을 발견했더랬다. 기분이 묘했다. 학교와 집이 그리 가깝진 않은 터라, 졸업한 후로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괜히 그 분식집 이름이 더 와닿았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곳을 그렇게 애용하거나 좋아라하진 않았다. 딱히 맛이 엄청 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았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가끔, 어쩔 수 없이 몇 번 먹은 것이 전부다. 모르겠다, 단골 친구들에겐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 그곳은 학교 내 분식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치 대형 마트 안의 띵똥 코너 같은 느낌. 그럼에도 그곳은 괜히 묘한 애교심을.. 2021. 5. 7.
다시 쓰는 이력서 3년 만에 다시 쓰는 이력서라니, 기분이 묘했다. 천천히 이력을 적어내려 가다보니 ‘아, 나 좀 열심히 살았네’, 싶었다. 직장에서의 이력도 그렇지만, 평소 취미로 해온 것들이 하나씩 흔적이 남아있어 나름 뿌듯한 느낌.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별개의 새로운 길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취미를 되짚어보니 그리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덕분에(?) 살짝 용기를 얻었다. 사실 그랬다, 30대 초반에서 중반에 걸친 시기. 이 시기에 내 전문분야에서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아예 새로운 직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물론, 나 빼고 세상 모두가 도전을 외치고 있다지만 나는 쫄보라 일단 걱정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나를 오래 봐온 나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하.. 2021. 4. 27.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한달 살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다가, 제주도에서의 삶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좀 해소된다는 걸 느꼈다. 이거다, 그래. 당분간의 버티기는 이것이다. 코로나가 터진 뒤 가장 아쉬웠던 건 내 사랑 제주를 맘대로 못간단 것이었다. 그 덕에 내가 제주에 가면 꼭 찾는 카페도 갈 수가 없고, 아름다운 그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도 없으며, 익숙한 듯 낯선 그 풍경을 바라보며 발끝부터 찌르르 올라오는 그 묘한 감정을 느낄 수도 없었다. 제주에 갈 때마다 꼭 방문하는 카페에는 아주 똑똑하고 잘생긴 보더콜리가 한 마리 있다. 멋진 이 친구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남자친구와의 여행 때 우연히 발견한 뒤로, 제주에 가면 이 친구를 보기 위해 꼭 그곳엘 방문한다. 만인에.. 2021. 4. 27.
버스, 출근길 그리고 행복한 나 간만에 혼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출근을 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봄바람이 머리칼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약간 기분이 업되어 빠른 걸음으로 걷자 살짝 더워지기 시작했고, 눈 앞에서 타야할 버스가 지나갔지만 상관 없었다. 다음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은 여유있었고 버스를 타서 앉으면 열기는 금세 식을 것이었다. 어릴 땐 버스를 싫어했다. (물론 지금도 버스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버스는 늘 내겐 차선책이긴 하다.) 내가 내려야 할 곳에서 미리 벨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벨을 누를 때는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안된다. 잘 아는 동네라면 상관없지만 모르는 동네에 갔을 땐 안내방송과의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지도.. 2021. 4. 22.
챗바퀴를 탈출하고픈 햄스터 행복한 이야기를 한 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생활 패턴이 고정되면서 마치 우물 안 개구리마냥 하는 말들과 생각들도 굳어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즐거운 이야기, 신나는 이야기들도 많이 하는데, 나는 왜인지 요즈음 할 말이 없다. 직장 동료들이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좋았던 만남에 대해서도 말하고, 재미난 계획들에 대해 나눌 때, 나는 그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볼 뿐. 딱히 할 수 있는 말들이 없었다. 나는 이전에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며 웃었고, 어떤 대화를 나누며 행복해 했었더라. 신기하게도 한 개도 생각나지 않았다. 며칠 전 점심시간, 햇볕이 너무나 좋아 간만에 나가서 점심을 먹겠다고 결심한 날이었다. 친한 동료 두 명과 함께 맛.. 2021. 4. 21.
반영구적인 퇴근에 대해서 내가 나 스스로 예민해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면, 그건 나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과거 방송국을 다닐 때 스스로를 제 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터득(?)했더랬다. 그 전까지는 아주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몰랐었다. 그 말인 즉슨, 첫 째, 그만큼 그 시절이 엄청나게 힘들었단 말이고, 둘 째, 이전엔 나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는 지 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고통 받았을 수도 있단 의미이다. 방송을 할 땐 몸과 마음이 모두 걸레짝이 났었다. 막내작가라는 신분이 그러했고, 방송국이라는 곳의 체계가 그랬다. 365일 중 366일을 일하는 곳이었고, 빨간 날이고 명절이고 할 거 없이 일하는, 그야말로 비효율의 끝판왕 같은 곳이었다. 그 당시 아주 .. 2021. 4. 20.
러브 마이 셀프 오프라 윈프리의 명언 중엔, 그런 말이 있다. -남들의 호감을 얻으려고 애쓰지 말아라. 남들의 호감을 얻으려다 자신에게 소홀해진다. 그러다보면 자꾸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된다. 남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인정받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따라 이 말이 아주 와닿는다. 일터에서 너무 내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 까지 마음 쏟지 말아야겠다. 내가 직장 사람에게 상처 받아 마음 아파할 때, 친한 동료는 이렇게 날 위로했다, -내가 20을 줘도 그 20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왜 굳이 감정소모, 시간소모를 해. 1만 주어도 2를 주는 내 사람들이 있는데. 놀랍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상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래, 어차피 내게 .. 2021.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