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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버스, 출근길 그리고 행복한 나

by 김매디 202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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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혼자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출근을 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봄바람이 머리칼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약간 기분이 업되어 빠른 걸음으로 걷자 살짝 더워지기 시작했고, 눈 앞에서 타야할 버스가 지나갔지만 상관 없었다. 다음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은 여유있었고 버스를 타서 앉으면 열기는 금세 식을 것이었다.

어릴 땐 버스를 싫어했다. (물론 지금도 버스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버스는 늘 내겐 차선책이긴 하다.) 내가 내려야 할 곳에서 미리 벨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벨을 누를 때는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안된다. 잘 아는 동네라면 상관없지만 모르는 동네에 갔을 땐 안내방송과의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지도 어플들이 잘 나와서 초행길이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벨을 누를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벨 누르기는 내겐 너무 스트레스다.

특히나 사람이 꽉찬 버스 안에서 남들이 잘 내리지 않는 정류장에 내려야 할 때면 도대체 벨을 어떻게 눌러야 하나, 가는 내내 그 생각 뿐이다. 덩치(?)에 비해 발이 작은 내게는,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을 비집고 벨을 누르는 것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미션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버스에서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벨을 누르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버스를 타면 항상 빠르게 내릴 수 있는 뒷문 근처 자리를 선호한다. 맨 뒷자리? 와, 그 자리는 서서 가는 한이 있더라도 앉지 않는다. 거기 앉았다간 종점까지 못내리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버스는 벨을 눌러야만 하는 교통수단인데, 왜 전좌석에 벨이 붙어있지 않는 것일까. 각 좌석의 뒷편에 벨이 하나씩 붙어있으면 좋을텐데.

이런 건 어떨까? 각 좌석의 뒷편에 패드 같은 화면이 달려있어 버스의 이동 경로가 표시됨과 동시에, 각 정류장에 도착하기 3분 전 부터 해당 정류장명을 크게 띄워주며 ‘이번 정류장에 내리실 분께서는 하단의 <하차> 버튼을 클릭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나오게 하는 것! 서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버스 상단 양쪽 면에도 동일한 패드를 설치하면 좋겠다.

음,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버스 어플을 사용하도록 하고, 그 어플을 통해 하차벨을 누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일테다. 이미 내가 탄 버스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지금 현재 정류장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은 있으니, 하차벨을 연동하는 건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이 버스를 싫어하는 아이에겐 타요가 만병통치약일테다.


어찌되었든, 그런 연유에서 버스를 싫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여유로운 상황에서, 빈좌석이 많은 버스를 타고, 막히지 않는 길을 이동하는 것은 좋다. 비록 나름의 제약이 많지만, 그래도 이젠 싫어하지 않는 게 어디! 버스에 앉아 기분 좋은 봄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대로 종점까지 다녀오고 싶다는 아주 호기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멀미도 심한 편이라, 버스를 오래 타야 할 일이 있으면 꼭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이어폰(지금은 에어팟)을 챙기고, 최대한 편안한 옷을 입고, 식사도 과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등학생 때 셔틀 버스를 매일 타고 등하교했기 때문에, 그 때 처음으로 음악을 들으면 멀미가 나지 않는단 걸 터득했다. 두 귀를 음악으로 막고 눈은 감거나 저 멀리 먼산 보기. 그 이후로 버스와 조금 친해졌던 것 같다.

오늘의 출근 길을 그래서 아주 만족. 멀지 않은 길이지만, 걷고, 버스도 타면서 즐겁게 걸어왔더랬다. 출근과 동시에 또 나의 미간은 서로 뽀뽀를 했지만, 오늘 자기 전 만큼은 그것은 잊어보려한다. 어차피 그 모든 것은 곧 내 것이 아니게 될 것이 아닌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에만 나의 뇌를 쓰자,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나 나는 자그마한 일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문득 뜬금없지만 H.O.T. 의 행복이 생각난다.
간만에 행복이나 들으며 엉덩이를 들썩여봐야지.

오늘도 이만, 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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