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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매디다이어리19

말에 대해 말해보기 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사람의 말은 그 무게가 남다르다는 의미일테다. 단순히 말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말을 끝내주게 잘하는 달변가라도,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말만 뱉는다면 결국엔 외면 당할 것이다. 상대에게 뱉는 말은 대화이며, 곧 마음을 나누는 소통이다. 그런데 그 말에 마음이 담겨있지 않다? 텅빈 선물 상자는 그저 보기에만 좋을 뿐이고, 감동을 주지는 못하기 마련이다. 같은 말이라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고, 말 한 마디로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게나 내던진 말에 주변 사람들 상처만 잔뜩 주는 사람이 있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푼수이거나, 신중하지 못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쿨하다. 푼수인 사람들은 자기가 뱉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잘 모른다. 즉,.. 2020. 10. 6.
취미=내가 좋아하는 것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어려운 것이기도 한) 역시 사람은 취미로는 좋아하는 걸 해야하나보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새삼 그걸 깨닫는다. 그림을 그리는 인별그램을 운영하는 중인데, 시작은 코로나로 인한 긴 연휴 부터였다. 처음엔 간단한 스토리가 있는 일상을 그려서 올렸다. 그림체도 간단했고, 채색도 없었으며, 종종 스토리가 없으면 그리고 싶은 걸 그려서 일러스트로 업로드하기도 했다. 매일 그림을 하나씩 그려서 올리고, 같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들과 소통을 하다보니, 팔로워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에 재미가 붙어 더욱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더랬다. 심지어는 좋아하는 가수 분들의 음악에 대한 그림을 그려 업로드했던 것에 그 분들이 직접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엄청난(?) 경험까지 하게 된다. 덕분에 팔로워들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 2020. 10. 2.
모지리들의 세상 구하기, 덤으로 성장하기_엄브렐러 아카데미 리뷰 (스포 사방 포진)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아주 취향 저격 제대로인 시리즈를 발견, 시즌 1과 시즌 2, 총 20개의 에피소드를 순식간에 봐버렸다. 이름하야 . 혹시나 시리즈 시청을 시작하려는 분들 중, 결말이 안난 걸 보기 싫어하는 분들은 비추. 이미 시즌 3 확정이라, 시즌 2에서는 결말이 나지 않는다. 물론, 장기적 결말이 나지 않은 것 뿐, 시즌 2 내의 스토리는 마무리 되긴 한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줄거리를 옮겨보자면 대략 이렇다. 초능력은 있지만 동기간의 정이라곤 없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함께 자란 저택에서 다시 만난 남매들. 그곳에서 그들은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한다. 게다가 인류의 종말이 눈앞이라고! 남은 시간은 고작 8일.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남매들은 세상을 구하고, 시간을 가로지르는 암살자.. 2020. 9. 26.
BTS가 불러온 현타(feat. 코로나) 방탄소년단의 인더숲을 보다가 갑자기 현타가 온 밤. 유체이탈을 한 것 마냥, 작은 원룸에 앉아 조그마한 패드 화면으로 월드스타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있는 나 자신. 그리고 화면 속, 나보다 너덧살은 어린 슈퍼아이돌. 순간 엄청난 거리감이 제대로 명치를 때린 느낌이었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우적우적, 닭가슴살과 양상추를 씹어먹으며 화면을 바라보는데 아주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화면 속에서는 전혀 다른 판타지 세상 마냥, 마스크 없이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나는 오늘만 해도 10시간을 넘게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랬다. 집에 걸어오는 길에도 맑고 청량한 가을 공기 한 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마스크 너머로 죽지 않을 만큼 숨을 쉬는 기분. 드라이브 중에 뒷트렁크를 열고 앉아 한우버거를 먹고, 음악을.. 2020. 9. 24.
프로 예민러의 세상 살기 얼마 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다가 이런 글을 보았다. ———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이유는 사람마다 관계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관계에 둔감한 사람이 있고, 예민한 사람이 있다. 예민한 쪽이 타인의 둔감함 때문에 상처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민한 쪽에 가까운 사람은 '나보다 둔감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것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타인이 자신만큼 예민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저 사람은 나와는 달라.' '나처럼 세상을 민감하게 바라보지 못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상대의 상태를 인지해보자. "나는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예민해지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상대에게 분명히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감정과 생각을 표출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해결된다.. 2020. 9. 23.
글쓰기 싫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은 날. 이런 날은 억지로 글을 끄집어 내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이럴 땐 그냥 쓰기 싫다는 말을 잔뜩 끄적거리면 된다. 학생 때 있었던 다양한 글짓기 대회들이 문득 생각 난다. 붉은 빛 도는 가느다란 네모칸들이 잔뜩 쳐져 있던 200자 원고지. 글쓰는 것도 좋아했고, 상장도 많이 받아왔었지만, 매번 적는 것이, 연필을 들고 정해진 주제로 그 칸을 채워 나가는 것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쓰기 싫은 날에도 써야 하고, 심지어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누구도 나에게 상장을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냥 웬지 기왕 쓰는 거 뭐라도 하나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싫어했던 방학 숙제는 일기쓰기 였다. 물론 매일매일 하.. 2020. 9. 21.
내 마음 속 고양이 길들이기 20년 전의 나는 예민하고 감정적이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그건 그냥 그런 척 한 거였다. 그저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어른들이 만족해하는지를 좀 더 빨리 알았을 뿐이었다. 착한 아이여야 했고, 바람직한 학생이어야 했다. 그래서 내 마음 속에서 날뛰는 작은 고양이를 잘 붙잡아두어야 했다. 딱히 방법은 몰랐다, 그저 고양이가 튀어나오려 할 때마다 단단히 붙들고 참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녀석이 잠잠해져서 그려러니 했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고, 고양이는 날이 갈 수록 거대(?)해졌다. 스스로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느꼈을 때 쯤, 아주 다행스럽게도 거대한 나의 고양이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해방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대학생이 되지 못하고 재수생이 되었더.. 2020. 9. 21.
금사빠와 설익은 복숭아 난 금사빠였다. 근데 좀 다른 의미의 금사빠.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류는 아니었다. (잘생긴 사람을 좋아라 하긴 했지만, 잘생겨도 나랑 안맞는 사람이면 좋아지지가 않더라.) 뭐라 그래야 하나, 자기 최면을 건다고 해야하나? 어떤 자그마한 계기가 생기면 그걸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는 애였다. 그 사람에 대해 자꾸 언급하다보면 어느새 상대 앞에서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눈에서 하트빔을 날리는 거지. 문젠 그 사람이 감정이 익어가는 속도가 나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럴수밖에. 내가 감정을 키운 건,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내 머리 속이었으니까. 그래서 내 사랑은 좀 힘든 편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랬다. 천천히 쉽게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뭐가 그리 급해.. 2020. 9. 18.
내 머리 속 메모리가 휘발휘발 나이를 먹을 수록 기억이 순식간에 휘발되는 것을 느낀다. 사실 그렇게 나이 들지도 않은 내가 이런 소릴하면, 엄마는, -넌 어린 애가 벌써부터 그러면 어쩌니? 할테다. 근데 사실 그 말이 듣기 좋아서 자꾸 그런다, ‘어린 애’. 이런 말 듣기 좋아지면 진짜 나이 든 거라던데, 젠장. 여튼, 좋은 영감님이 오셨다가도 어느 순간 휘리릭, 사라진다. 적어 놓지 않으면 날아가버리는데, 나름 또 직장인이랍시고, 그거 잠시 끄적일 시간이 없다. 아주 그럴 듯한 핑계. 더 좋은 소재나 멘트 일수록 휘발성이 강하다. 이건 뭐, 돌아서면 정신이 아득 해진다. 그 느낌이 너무 싫다. 마치 귀하게 얻은 무언가를 손에 넣자마자 잃어버린 느낌. 잃어버린 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킹왕짱 제일 좋은 거. 기분이 아.. 2020.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