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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취미=내가 좋아하는 것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어려운 것이기도 한)

by 김매디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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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은 취미로는 좋아하는 걸 해야하나보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새삼 그걸 깨닫는다.

그림을 그리는 인별그램을 운영하는 중인데, 시작은 코로나로 인한 긴 연휴 부터였다. 처음엔 간단한 스토리가 있는 일상을 그려서 올렸다. 그림체도 간단했고, 채색도 없었으며, 종종 스토리가 없으면 그리고 싶은 걸 그려서 일러스트로 업로드하기도 했다.

매일 그림을 하나씩 그려서 올리고, 같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들과 소통을 하다보니, 팔로워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에 재미가 붙어 더욱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더랬다. 심지어는 좋아하는 가수 분들의 음악에 대한 그림을 그려 업로드했던 것에 그 분들이 직접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엄청난(?) 경험까지 하게 된다. 덕분에 팔로워들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진행해서, 난생 처음 굿즈라는 것도 만들어 보내보는 귀한 경험도 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좋아해주고,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나 가슴 뛰는 일이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 그림에 사이먼 도미닉(정기석 오빠)이 하튜❤️와 댓글🙏🏻을 남겨주셨다😭💕


그러다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고, 더 많은 굿즈를 만들어 수익도 내보고 싶어졌다.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욕심이 너무 시기상조였지 싶다. 좀 더 기다렸다가 욕심을 내도 좋았으련만... 그 때 쯔음 마침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고 독립을 하게 되었고, 작게 나마 나만의 공간이 생겼더랬다. 그래서 이거다, 싶었다. 나의 독립 생활에 대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보자, 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내가 직접 내 돈 주고 사서 써본 자취템들을 솔직하게 평가하고, 좋은 것들은 함께 공유하는 취지의 스토리를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매디독립만세>를 시작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매디독립만세>. 언젠가 역량이 늘어나면 다시 그려볼 수 있을거라 믿는다.


처음엔 아주 쉽게 생각했다. 그 전에도 코로나로 인한 휴업이 끝나 직장엘 다니면서 충분히 1일 1그림을 실천해왔기에, 출퇴근 시간도 줄었겠다, 목표도 명확하겠다, 더더욱 고퀄리티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작가님들도 많이 계셨기 때문에, 나 또한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존경합니다, 작가님들 ㅠㅠ)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주제도 정해져있고, 소재마저 정해져버렸다. 독립해서 구입한 물건들의 리스트가 잔뜩 있었고, 나는 그걸 그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 가 없게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건데, 그리다 보니 이게 아닌데, 싶었다.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 스스로를 간과했다. 나의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감정기복을 간과한 것. 예를 들어, 오늘 남자친구와 다퉈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걸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만, 그릴 수 없다. 왜냐면 이 웹툰은 내돈내산툰이니까. 배수구에 붙이는 스티커가 좋다는 걸 그려야 하는데, 내 기분은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가 없었다. 난 웹툰 작가가 아닌데, 이거 그냥 좋아서 하는건데, 그렇다고 본업 때려치고 웹툰 작가로 전향할 용기는 없고, 난 왜 이러고 있는거지,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괜찮은 주제였고,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내가 즐겨 보고 있는 *야미 작가님의 <일단 질러! 질렐루야>라는 웹툰을 본받아 나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독립을 시작하기 전 부동산을 포함해 물건 구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들을, 나와 같은 첫 독립인들이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까 작가님의 <독립일기> 웹툰의 등장이었다.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님인데, 이번 신작이 하필 작가님의 독립 생활을 담은 것이었다. 크게 내용이 겹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리고 내 인별툰 정도는 비교 대상조차 안될 것이었지만, 갑자기 의욕이 뚜욱 지하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제목마저 비슷하니 더더욱 의욕상실...

어쩌면 <매디독립만세>를 계속 연재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구독자를 더 모을 수 있는 길이었을 수도 있다. 특히 유명 웹툰과 비슷한 소재라면 더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나의 의욕은 바닥을 기어가는 상태. 무엇도 그리고 싶지 않았고, 심하게는 무엇도 쓰고 싶지 않았다. 만화는 커녕, 콘티도 짜기 싫었으니, 얼마나 하기 싫었는지는 대충 답이 나오지 않는가.

그래서 최근, 초심을 찾아보고자 초반에 올렸던 게시물들을 하나씩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매일 매일 꾸준히 업로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내가 하고 싶어서 해야한다는 것. 내 그림을 보러 와주시는 많은 분들의 눈에도 그게 보일 터였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마지못해 끄적거리고 있는건지, 그게 업로드 빈도수에서 극명히 드러날테지.

초창기에 활발히 소통을 나누던 작가님들 중 절반은 어딘가로 사라지셨고, 나머지 절반은 꾸준한 업로드로 벌써 수많은 구독자들을 보유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비비적 거리는 중. 다시 초심을 찾아 열심히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더불어 티스토리의 운영도 더욱 열정적으로 할 수 있기를. 게으른 내가 하고픈 것들만큼은 그래도 제대로 해야지, 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기를.

초심 복귀작. 인별그램에서 maedi_hello를 검색해주세오🙆🏻‍♀️💕


취미란 것이 진짜 좋아서 해야 오래 할 수 있는 나의 온전한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깨닫게 된 기회였다. 그 취미로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 역시, 취미의 본래 의미를 잃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것 역시도 깨달았다. 즐겁게, 하고픈 걸 해야겠다, 나답게.

오늘도 이만, 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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