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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My precious eyes!! (골룸 톤으로)

by 김매디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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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의미 없이 가끔 사람들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
-너는 네 신체 부위 중 어떤 부분을 잃으면 가장 슬플 것 같아?
그럼 놀랍게도 정말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다리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손을 말하는 사람도 있으며, 귀나 코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나는 늘 같은 답변이다, ‘눈’. 내게는 눈이 너무나 소중하다. 작고 소중한 나의 안구 두짝.

얼마 전 티비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가, 수술에 사용되는 주사액에 곰팡이균이 있어 사람들의 눈에 곰팡이균이 퍼졌고, 이로 인해 실명, 혹은 안구 적출까지 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나아지려고 받은 수술이었는데, 오히려 더 심각해져버린 것. 게다가 그 중엔, 20대 청년도 있었는데, 그는 시력 교정을 위해 렌즈 삽입술을 받았고, 그 때 사용한 주사액 때문에 곰팡이균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렌즈 삽입술은 아니지만, 나도 시력 교정을 위해 라섹을 했었는데, 렌즈 삽입술을 해볼까, 라고도 고민했었었더랬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너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가 아파서가 아니라, 단순히 나쁜 시력을 올리기 위해, 편의를 위해서 받은 수술인데, 이젠 환자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아직 너무 어리다는 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정말 날벼락이다. 주사액에 곰팡이균이라니, 나 원 참.


곰팡이균은 감염되면 완치가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알다시피,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은 습한 곳. 항상 촉촉한 안구는 그런 곰팡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고, 다 나았다 싶다가도 금세 다시 재발한다고 한다. 방송에 따르면 곰팡이균에 감염되면 눈에 통증이 느껴지고, 붓게 되며, 눈 앞에 무언가가 뿌옇게 있거나, 검은 것이 계속 보인다고 한다. 세상에. 눈에 곰팡이라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무서운 일이다. 당사자가 아닌 나도 그런데, 피해자분들은 오죽할까. 내부 장기처럼 이식받으면 되는 것도 아니고, 하나 밖에 없는 눈인데, 증상이 심해지면 적출이라니.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눈이 약한 편이었다. 7세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해서, 고등학생 때는 압축에 압축을 거쳐도 뿔테 안경 바깥으로 안경알이 나오는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 눈은 쌍커풀 없는 전형적인 동양인 눈인데, 그런 두터운 안경알 덕분에 더욱 작은 눈을 가질 수 있었다. 시력 뿐만 아니라, 가벼운 안구질환에도 자주 걸렸는데, 가을철 각종 눈병이 기승을 부리면 꼭 한 번은 걸렸다. 특히나 다래끼는 어른이 된 최근까지도 걸려서, 꽤나 고생을 했었더랬다.

피곤하면 눈에 다래끼가 오는데, 한 번은, 늘 가던 동네 병원이 아닌, 직장 근처 안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었다. 문제는 그 의사선생님은 약간(?) 돌팔이였고, 한 번에 쨌으면 끝났을 나의 다래끼를 괜히 건드려 더 심하게 만들고는, 다래끼를 쨀 때도 너무 깊게 많이 째는 바람에 커다랗게 눈꺼풀에 멍이 들었었다. 뿐만아니라, 그 의사선생님을 믿을 수가 없어서, 다래끼를 짼 후에는 다시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상처 부위를 꼬매고 나서 실밥을 미처 다 뽑지 않아 눈 안에 자그마한 실밥이 남아있었더랬다. 그 실밥을 동네 병원의 의사선생님께서 발견, 바로 빼주셨고, 덕분에 문제 없이 잘 아물 수 있었다. (남아 있던 실밥 덕분에 다래끼를 짼 후에도 계속 열감과 붓기가 지속 되고 있었다. 젠장.)

고등학교 졸업 후엔 렌즈의 세계에 입성, 소프트 렌즈에서 하드 렌즈 그리고 다시 소프트 렌즈로 바꿔가며 안경과의 이별을 준비했고, 사회생활을 한지 1년이 지난 후에야 라섹 수술을 받아 맨눈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안경을 쓰지 않아도 모든 게 잘 보인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눈이 오고 비가 와도 시야가 뿌얘지거나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행복했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건, 내겐 정말 신세계였다. 그 때부터 내게는 내 눈 두짝이 정말 소중한 것이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소중했지만 시력이 좋아진 지금은 더 소중.

시력이 나빠지면 내가 좋아라하는 퍼즐 맞추기도 할 수 없게 된단 말이다. 그럴 수 없다, 소중한 내 눈!!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집에 있던 500피스짜리 퍼즐을 혼자서 이틀만에 다 맞춰버렸다. 의도치 않은 도장깨기.)


오늘 문득, 일하면서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다시 생각이 났더랬다, 소중한 나의 눈. 눈이 나빴을 땐 안경이나 렌즈가 있어서, 오히려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맨눈이 되면서 부터는 그 전자파에 그대로 노출되는 느낌이라, 좀 더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기도 할테고. 그래서 이젠 도수 없는 보안경(눈을 보호하는 블루레이 안경)을 구입해 눈이 피로해질 때나, 업무가 과해질 때 쓰곤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눈이 덜 지친다. 모니터 자체에도 블루레이 보호기를 씌울까 고민 중.

맨눈이 되면서는 눈화장도 진하게는 못하게 되었다. 쌍커풀이 없는 눈이라, 항상 진한 아이쉐도우에 아이라인도 꼭 그리곤 했었는데, 라섹 후 부터는 눈화장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눈이 빠질 듯한 두통이 온다. 플러스, 살짝 안구건조증이 생겨서, 가끔 심할 때는 인공눈물을 꼭 넣어준다. 그렇다고 시시때때로 넣거나 하진 않고, 눈에 있는 이물질을 씻어낸다는 느낌으로 흘려보낸다. 건조증 덕분에 겨울에는 늘 울면서 다니는데,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눈물이 그렇게 난다. 겨울철에는 사연 있는 여자마냥 눈물을 줄줄 흘리며 다닌다. 하지만, 그래도 라섹 수술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수술 후 3일 간의 죽을 것 같은 고통(누가 손톱으로 눈알을 득득 긁는 느낌이다, 혹은 모래를 잔뜩 쥐고 눈알에 마구 비비는 느낌.)도, 지금보다 시력을 더 올려줄테니 한 번 더 겪으라면 겪을 수 있다. 그만큼 지금의 눈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여러분이 잃고 싶지 않은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 결정하지 못했다면, 정우성, 이솜 주연의 <마담 뺑덕>을 꼭 한 번 보기를 권유하는 바. 어쩌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나처럼 고민 없이 ‘눈’ 이라고 대답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두운 곳에서 이 글을 읽고 있었다면 어서 불을 밝히기를, 혹은 어서 화면을 끄고 눈을 감아 휴식을 취할 것.
오늘도 이만 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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