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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BTS 온라인 콘서트(방탄 콘서트) 첫 째 날, 그리고 안쓰러움과 안타까움

by 김매디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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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콘서트 첫 째 날 이었다. <MAP OF THE SOUL_ON:E> 이라는 타이틀을 건 이번 콘서트는 방탄에게도 아미에게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 자리였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던 그들에게 코로나는 마치 재앙과도 같았을 터, 그리고 그들을 공연장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않아도 보기 힘들었던 공연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아예 그 가느다란 희망줄 마저 끊어진 것이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보기 위한 피켓팅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다)

수많은 아미 중 한 명인 나 역시, 가장 최근의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팅에 극적으로 성공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콘서트가 취소되었고, 티켓은 고스란히 돈이 되어 내 통장으로 돌아왔다. 와우. 나 같은 아미가 분명 한 둘은 아닐테고(왜냐면 그 콘서트도 순식간에 매진됐었으니까),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절대 놓쳐서는 안될 공연이었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ON>으로 문을 연 콘서트는 숨쉴 틈 없이 달려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을 마지막 앵콜곡으로 막을 내렸다.
———
1. ON
2. N.O
3. Persona - 남준
4. 상남자 (Boy In Luv)
5. Dionysus
6. Shadow - 윤기
7. Black Swan
8. 욱(UGH!) - 윤기, 남준, 호석
9. 00:00 (Zero O’Clock) - 석진, 지민, 태형, 정국
10. 시차 - 정국
11. Filter - 지민
12. Moon - 석진
13. Inner Child - 태형
14. Ego - 호석
15.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16. DNA
17. 쩔어
18. No More Dream
———여기부터는 앵콜곡
19. Butterfly
20. RUN
21. Dynamite
22.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
대부분 정규 7집 <MAP OF THE SOUL : 7>의 곡들로 구성되어있었는데, 덕분에 멤버들 각자의 색깔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귀로만 접했던 곡들을 직접 무대로, 그것도 라이브 공연으로 보게 되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특히 지민이의 솔로곡 <Filter>는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안무가 정말 새롭기도 했고, 그 격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특유의 곱디 고운 미성으로 흔들림 없이 라이브를 소화해 내는 한편, 의상까지 중간중간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바뀌었다. 게다가 지민쒜가 제일 잘하는 일명 무대 위에서 <흘리기>는 정말, ‘그래, 너는 천상 연예인이구나, 그 끼를 어떻게 그냥 두겠니’ 라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올 정도.

위버스에 태형이가 올렸던 지민이의 <귀여운> 영상. 너네 둘 다 귀여워, 임마. 후, 내 심장.


여기에 윤기의 솔로 무대도 기립 박수감. 신선한 무대 연출은 덤이고, 그의 찰진 랩은 오늘따라 끝판왕이었다. <대취타>를 이어서 불러줄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멤버가 많은 관계로 한 사람 당 솔로곡 하나. 분위기가 따악 이어서 대취타였는데, 정말 아쉬웠다. 그건 언젠가 오프라인 공연을 가게 된다면 볼 수 있게 되겠지. 윤기의 띵곡이니까.

위버스에 윤기가 최근에 직접 올렸던 셀카. 이 분은 왜 맨날 이렇게 셀카가 예쁘고 난리람. 랩할 땐 상남잔데, 힙하게도 찍어줘, 윤기찌.


아, 뭐, 다른 무대는 그야 말로 말해뭐해. 원래 잘하는 애들인데, 더 잘했다. 콘서트 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같은 <상남자>는 이번에도 역시나 그 역할을 톡톡히 했고,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는 귀여운 빤짝이 우산과 잘 어울리는 편곡이 더 해져서 상큼함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었다.

이건 TMI인데, 석진이가 우산을 펼친 채로 냅다 던지는 바람에(물론 정해진 연출이었겠지만) 석진이 우산이 망가진 채로 널부러져 있는 게 다른 무대로 이동하는 멤버들 뒤로 보였다. ‘내일은 누군가가 우산이 없거나, 아니면 스탭들 중 누군가가 오늘 안에 저걸 고쳐놓아야 겠구나’ 싶더라. 음, 아니면 여분이 있었으려나?

춤 추며 이동하는 멤버들 뒤로 거의 절반 가까이 찌그러진 빤짝이 우산이 보인다. 와우.


그나저나 앵콜곡 첫곡으로 <Butterfly>를 부르길래 깜짝 놀랐다. ‘그래, 지금 너네 맘이 딱 그렇겠구나’ 싶었다. 그 때 부터 슬슬 안쓰럽기 시작했는데,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감을 말하던 도중 지민이가 눈물을 쏟았다. 이런. 이마를 꾹꾹 누르면서 참고 참으려다가 터진 게 보여서 더욱 마음이 안타까웠다.

지민쒜, 울지마. 근데 왜 우는 모습까지도 이렇게 예쁘니, 참 나. 눈물이 나니까 사투리가 나오더라, 에구, 내 새끼, 울지마.


인더숲에서 태형이와 정국이가 둘이 맥주를 마시며 나누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태형이가 정국이에게 털어놓았던 속내도 지민이와 같은 맥락. 그의 고민은 <공허함>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없고, 더불어 팬들과 직접 만날 수가 없으니, 불현듯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는 것. 그래서 온라인에서 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걸로 불안감을 지울 수 있는 건 아주 잠깐이었고, 결국엔 공허만이 남았다는 이야기였다.

위버스에 태형이가 올렸던 혼자 카누타며 찍었던 영상. 날이 갈수록 우리 태형찌는 짙어지는구나, 너무 좋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사람들의 긍정적인 관심을 받아야 의미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것인데,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대개 잘 모른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환한 면만 보면 그들이 마냥 행복해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서 그들은 늘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람들의 <기억>에 달려있기 떄문이고,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아야 비로소 그 불안이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억이라는 건 가변적이고, 때문에 그들이 가진 불안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그들을 괴롭히게 될 수밖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가득찬 공연장에서 자신들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반응하고 환호를 보내는 순간을 경험하면, 절대 거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모든 일정이 취소된 방탄소년단에게는, 오늘의 콘서트가 있기 전까진 마치 텅 빈 상자 안에 내던져진 채 하릴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느낌이었을 테다.

그래서 빌보드 핫백에 2주 연속 올랐을 때에도, 그들은 그걸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고,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뼛속까지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왜냐, 공연을 하지 못했으니까. 눈 앞에서 그들을 보고 사랑한다고 외쳐주는 팬들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모든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방탄소년단의 모습도 그러했고, 팬들도 그러했으며, 상황도 그러했다.

지민이의 눈물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내면 깊은 곳의 불안함을 그대로 토해낸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 불안의 해소에서 오는 격한 안도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억울했다고 했다. 그래, 그럴만 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얼마나 그 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얼마나 클지,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니, 그래, 그럴만 했다.

태형이가 말했다, ‘없지만 있다, 그리고 다음번엔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 그 한 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TMI이지만, 내 최애는 참으로 나날이 쑥쑥 잘 성장 중인 듯하다. 제발 부탁인데 태형이한테 대본 주지말길, 얘는 대본 없이 말하는 걸 은근 잘 한단 말이지.) 사실 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게 업이고 그게 삶이었던 그들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겠지.

<아미, 보고싶어요, 잊지마요, 기다려> 입모양으로 깨알 고백멘트 던진 태형이. 그런 건 어디서 배우는거야, 아주 바람직해. 흑.


여튼 오늘의 콘서트는 기대했던 것보다 대만족. 그러나 역시 직관을 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여전. 콘서트는 그래도 직관이 최고.

아마도 코로나 사태가 종결된다면 피켓팅은 그 열기가 더욱 심해질 듯 하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테니, 다들 오프라인 공연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지, 내새끼들 으쌰으쌰 힘주러 당장에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단 말이다.

뭐, 사실, 이미 슈퍼스타에 영앤리치앤핸섬까지 갖춘 완벽한 BTS 걱정은, 역시나 연예인 걱정이므로 쓸데없는 걱정으로 분류될 수도 있겠지마는, 알게 뭐람, 내가 좋은 걸. (내 집 마련 걱정도 살짝 다시 고개를 치밀긴 한다, 애써 외면 중.)

내일의 콘서트는 다른 아미들의 후기를 통해 접할 예정.
글을 쓰다보니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눈꺼풀은 내려 앉는데, 기분은 좋다.
아, 이게 바로 어른의 덕질이구나, 싶다, 행복하군.

내 최애, 태형이의 믹스테잎을 기다리며,
오늘도 이만, 통통통.

*내 최애곡들, <Lost> <Love Maze> <Louder than bombs> <소우주> <Anpanman> <Danger> 는 하나도 안나와서 아쉽... 구성상 나올 수 없었다는 건 인정. 언젠가 오프라인 공연에서 꼭 볼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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