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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by 김매디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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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달 살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다가, 제주도에서의 삶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좀 해소된다는 걸 느꼈다. 이거다, 그래. 당분간의 버티기는 이것이다.

코로나가 터진 뒤 가장 아쉬웠던 건 내 사랑 제주를 맘대로 못간단 것이었다. 그 덕에 내가 제주에 가면 꼭 찾는 카페도 갈 수가 없고, 아름다운 그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도 없으며, 익숙한 듯 낯선 그 풍경을 바라보며 발끝부터 찌르르 올라오는 그 묘한 감정을 느낄 수도 없었다.

제주에 갈 때마다 꼭 방문하는 카페에는 아주 똑똑하고 잘생긴 보더콜리가 한 마리 있다. 멋진 이 친구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 남자친구와의 여행 때 우연히 발견한 뒤로, 제주에 가면 이 친구를 보기 위해 꼭 그곳엘 방문한다. 만인에게 핫플은 아니지만 내게는 핫플인 곳.

카페의 테라스에도 자리가 있는데, 그곳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란, 예술이다. 바다만 드넓게 펼쳐진 그런 풍경은 아닌데, 카페 정원의 큰 나무가 시선에 걸려 마치 한폭의 그림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 자리에 우리 커플은 나란히 앉아서, 요트를 타고 별장을 지어 그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그런 꿈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함께 즐겁게 받아주는 사람이라 좋다, 그게 무슨 허황된 꿈이냐며 면박을 주는 게 아니라. 그래, 혹시 모르지, 진짜 나중에 그런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가 늘 가는 그 카페다, 이름은 <가베또롱>. 잘생긴 보더콜리 이름은 <또롱이>. 보고 싶다, 또롱이.


제주라는 섬이 내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딱히 어떤 커다란 의미는 없다. 그냥 그곳에 가면 치열하지 않아 좋다. 모두가 여유가 넘친다. 아, 뭐, 그래, 다들 관광객이라 그럴 지도. 그래도 나는 관광객들이 뿜어내는 여유마저 제주라서 가능하단 생각을 한다. 해외는 아니지만, 비행기를 타고 와야하는 곳. 그러나 언제든 현실로 빠르게 복귀도 가능한 곳. 그래서 사람들은 제주에 오면 편안해지는 것 같다. 통제가능한 꿈을 꾸는 느낌일테니.

맛있는 건 또 어찌나 많은지. 해산물 뿐만 아니라 고기에 진심인 내게 제주는 천국이다. 일단, 제주의 해산물은 말해 무엇하리, 두 번 말하면 입만 아프다. 고소한 전복죽과 해물을 잔뜩 넣고 끓여낸 해물라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제주갈치가 들어간 갈치조림, 제철 생선들을 싱싱하게 맛볼 수 있는 회며 초밥까지. 솔직히 말하면, 진짜 이상한 곳 아니고서는, 다 맛있다.

그리고 제주의 흑돼지구이는,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행복을 절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보통 서울에서 파는 삼겹살, 오셥살과는 비교도 안되고, 당연히 같은 흑돼지라도 제주에서 먹는 건, 차원이 다르다. 쫄깃한 껍데기가 씹히면서 극강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는데, 이건 절대 질리는 맛이 아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느끼함이 없고 오로지 고소함만 입안에 감돈다. 여기에 한라산을 한 잔 탁 얹어주면, 완전 금상첨화.

제주에서 먹는 수제햄버거는 그래서 돈이 아깝지 않다. 그 육즙과 식감이 버거킹의 천만배. 되도록이면 어디든 버거는 포장이 아니라 매장 내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된다면 포장해서 나오자 마자 차 안에서 바로 먹기를. 절대 후회할 일 없으리라 보장한다.

제주에는 인스타에서 핫한 곳들이 꽤나 많은데, 사실 이런 곳들은 사진 한 장 찍기에만 좋지, 그 외엔 그렇게 특별한 점이 없다. 진짜 제주를 느끼려면 현지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야한다. 백날 같은 관광객끼리 정보공유 해봐야 거기서 거기.

그래서 나는 제주에 갈 때면 그곳에서 한 1년 살 것 같은 사람처럼 갈만한 곳을 찾는다. 우선 현지인이 추천한 곳들을 정리하고 네이버에 하나씩 검색하며 오픈 요일 및 시간을 체크한다. (제주의 매장들은 대개가 오픈이 제각각이라서, 이걸 체크하지 않으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처음엔 그걸 몰라 엄청 헤맸더랬다.) 그 후엔 제주 지도를 펼쳐놓고 좌표를 찍는다. 숙소의 치와 가고 싶은 곳들의 위치를 찍으면 대충 여행의 동선이 그려진다.

친구는 좋은 구글맵으로 좌표를 찍지만, 나는 뭔가 손으로 지도에 직접 그려넣는게 좋다. 역시나 엄청난 이유는 없다, 그냥 큰 지도가 쉽게 한 눈에 들어와 그걸 선호하는 편이고, 그 위에 여행 일정을 끄적이는 것 자체가 내겐 여행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제주에 진심이다.

그런 제주에서 한달 살기, 나는 너무나 잘 할 수 있다. 매일 한 끼는 해먹고, 한 끼는 사먹고, 바닷길을 걷고, 좋아하는 창작을 하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간다면 더 행복하겠지, 하루종일 잠도 늘어지게 자보고, 날이 좋으면 바다에 몸도 담그고, 숲도 걸었다가 맛있는 도시락도 까먹고.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겠다. 그런 삶을 살며 무언가를 창작하는 인생, 정말이지 언젠간 꼭 그렇게 살고 싶다.

아등바등, 동동거리지 않는 삶.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삶. 돈에 연연해하지 않는 마음이 여유로운 삶.

그렇다,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

오늘도 이만, 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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