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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매디(마이 매디 다이어리)

나는 잘 만든 인스턴트 된장찌개 같은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by 김매디 2020.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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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다가 벌고 싶었다. 그래서 이 판(?)이 벌어졌다. 티스토리를 열고, 글을 올린 후, 에드고시를 통과하면 소소하게 나마 글로써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냐, 는 아주 지극히 사적이고 금전적인(?) 의도를 가지고. 솔직해지자, 최근에 티스토리를 가입한 당신이라면 과연 그런 의도가 손톱만큼, 아니 그 손톱 밑의 때 만큼도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 우리 솔직해지자. 우린 그냥 단지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은 것 뿐이다. 당신도, 나도, 우린 모두 하나의 바다에 떠있는 작은 통통배다. 물고기를 한 마리, 두 마리 낚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커다란 함선을 타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잘 만든 인스턴트 된장찌개 같은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가볍게 읽고 돌아서면 묵직한 무언가가 남는 그런 글 말이다. 덤으로 ‘생각보다 겁나 맛있는데?’ 라는 평도 듣고 싶다. 아 뭐 이건 욕심이다.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주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세상에 나와있는 많은 서적들이 우리로 하여금 생각을 강요한다고 난 느낀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울림이 있어야 하고, 모든 문장 마다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깔고 가야한다? 왜 그래야만 하지? 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글은 없지? 그래서 써보고 싶어졌다. 그냥 의식의 흐름 같은 글, 어딘가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다면 쉽게 그냥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말들이 담긴 글, 머리 아프고 생각이 많아질 때 생각 없이 뒹굴거리며 읽는 그런 글.

내 글을 읽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아도 상관없다. 잘 만든 / 인스턴트 / 된장찌개 중에 그냥 하나만 가져가도 당신은 물론이고, 나도 성공이다. 내 글을 읽을 때는 당신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나는 날 것 그대로 적을 것이고, 돌려 표현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당신을 위로하거나, 혼을 내거나, 혹은 칭찬하지도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글을 읽고 난 후, 당신이 위로를 받았다거나, 행복감을 느꼈거나, 생각할 거리를 찾았다면 나는 당신에게 잘 만든 된장찌개를 대접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뿐이다. 내 바람은 그저 글을 읽는 동안 만큼은 당신이 온전히 그 순간에 푹 빠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실은 내 일상은 별 거 없다. 이런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을 때, 갑자기 불현듯 떠오른 걱정이 바로 그거였다. ‘아, 나는 그다지 스펙타클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데?’ 한동안 그래서 쉽사리 시작을 결정하지 못했다. 내 인생이 재미있어야 사람들은 내 글을 읽으러 올 테고, 그래야 내가 돈을 벌텐데, 그렇지 않은가? 근데 나는 참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 이것도 복이라면 복일테지만, 참으로 지나친 보통의 삶이다. 사진을 찍어 올리라는데, 찍을 것이 없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적어야 하는데, 적을 게 없다, 그렇다고 전문 지식을 찌끄리라니, 전문 지식도 없다. 하하하. 관심 분야는 너무나 다양한데, 전문적으로 아는 건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그만하자, 라고 생각했다. 글 쓰는 걸? 아니, 생각하는 걸. 일단 시작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 보통의 삶을 진솔하게 적어내려 가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래, 당신에게도 그 편이 더 좋지 아니한가? 웃기지도 않은 사람이 억지로 개그를 하면 그것처럼 괴로운 게 없다. 아, 하나 더 있다, 그걸 지켜봐야 하는 관객.

내가 올릴 수 있는 사진들이라고는 이런 게 전부다. 이마저도 지금 글을 쓰는 순간이라는 게 함정. (별다방 최고)


대신 나에 대한 정보는 최소한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뭐, 이것도 쓰다보면 하나씩 들어가게 될 수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당신과 나는 서로 익명인 채로 남았으면 좋겠다. 어릴 적 했던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절친처럼, 우린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다. 멀지만 가까운 사이. (가깝고도 먼 사이는 왜인지 부정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당신이 내 글을 읽을 때 당신이 겪은 일처럼 느꼈으면 좋겠고, 당신이 적었던 일기인 양 느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강요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도 억지로 공감하려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읽으면 된다, 부담없이, 가볍게.

앞으로 우리가 친해지기를 바란다. 가끔 생각없이 내 글을 읽다가 두서없는 내 의식의 흐름에 피식했으면 하고, 길을 걷다가 생각없이 읽었던 내 글이 갑자기 떠올라 또 한 번 피식 하기를 바란다. 피식 할 만큼 유머러스 하지는 않을테지만, 내가 말한 ‘피식’의 의미가 어떤 건지는 다들 알거라고 생각한다. 부자를 꿈꾸는 내 자그마한 통통배에 승선해준 당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이 항해가 부디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바란다.

오늘은 이만, 통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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